the anniversary monologue

너는 술에 취해 있었고, 나는 너에게 취해 있었고, 나는 너를 잡으려고 뛰어갔고, 웃었는지 울었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는 그 흐느낌으로 너는 달렸고, 넘어졌고, 그런 너를 안쓰러워했고, 뛰지 말았어야 했다고 자책하면서도, 또 다시 달아난 너를 놓치기 싫어 난 또 달렸었고. 아마 그때가 마지막이었으리라. 나에 대한 미안함이었을까, 아니면 네가 달리던 방향으로의 관성과의 마찰때문에 생긴 네 본질의 생채기에 아파하던 것이었을까, 그날 밤 새벽 첫차를 타고 집에 오는 길에는 그걸 깨닫지 못했고 그냥 안쓰럽기만 했었다. 어색하기만 했던 그 전시회장에서 가장 훌륭한 작품은 네 옆모습이었고, 너의 향기였었는데, 돌아온 겨울에 도진 기억의 고통만큼 미워했던 발자국만이 그 나머지 날들에 채워져있는게 미안하다.
그 미친 과거들에 한가지 희망사항이라면 두자리수 순서만 아니었으면 하는 부질없는 바람정도. 나는 그 사람이 걸어간 발자국을 정확히 따라 걸었던 것 같고, 이성을 놓은 내가, 앞으로 나타날 진흙탕 위의 발자국을 따라 걸을까봐서 다른길로 가버렸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 나를 절정에 이끈건 너의 피부가 아닌 그 어둠속의 한마디었지만, 난 따귀를 얻어맞고 어안이 벙벙했었지. 결국 네가 지어준 내 기타의 이름은 네 사진위에 붙어있다. 네가 준 책에 적혀있던 마음은 네가 그토록 곱씹던 '외로움'의 표현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이겠지만, 애초부터 정의내린 '사랑'과 '외로움에 대한 보상'은 일치할 수 없다는 사실위에선 절대로 사랑같은건 할 수 없을테니 가엽게 여기고 그냥 내버려 두는 수밖에.
스스로도 부끄러운 존재는 가면같은 웃음으로 가리고, 아니면 프레임속에 담기는 것 조차 싫었을테지. 내가 불렀던 노래들은 네 옛 기억속의 부분부분을 떠올려주는 각성제정도밖에 되지 않았을테지. 난 그 버스안에서 세상에서 최고로 바보같은 그 노래에 눈물을 흘렸건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내 선물속에 미화된 너의 존재는 지금 생각해봐도 괜찮았지. 그 금빛 맥주를 마실때마다 떠오르던 이미지도 꽤나 괜찮았던 것 같기도 하고. 정신을 차리고 나면 그 실제란 허연 맥주거품같은 존재란걸 깨닫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 노래들은 네것이 아닌 내것이고 나는 잠시 빌려줬을 뿐이었다고 위안하며 그 노래에 묻은 먼지들을 툭툭 털어내며 다시 부르곤 한다.
블록버스터급 거짓말로 마무리 된 이별은 유치한 삼류 드라마. 그게 사실이라면 난 널 죽을때까지 미워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술에 취한채 깊은 수렁을 향해 가는지도 모른채 달아나는 너는, 무지개 넘어 있는 존재를 향해 달리고 있는 것처럼 근사해보이기만 하는구나. 나는 이제 숨이 가쁘고 시선이 희미해져 그만 달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아직 남은 가속도에 그 더러운 길을 따라, 아직 남은 취기에 달리는 스스로를 어찌할 방법은 없는 것만 같아 죽을만큼 힘이 든다.


Coming Soon it Sounds!




Kings of Convenience - I don't know what I can save from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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